1등이 뭐가 중요해... 영화 '4등'

1등을 향해 달려야 할 때가 있고

그러는 와중에 4등도 생기고 꼴등도 생기고

그렇긴 한데

모르겠다 요즘 세상엔 더더욱

모두가 뛰어나고 모두가 1등인 세상에서

1등을 가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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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주의. 그 역사와 현실을 담다
수영하는 소년을 통해 본 개인과 사회

4등(2015)_정지우

 

영화는 1990년대 후반 박세리 선수가 세계 대회에서 1등을 한 뉴스를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1등만을 승리로 여겼던 그 시대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곧 영화는 그 시절 1등을 했던 선수들이 어떤 분위기에서 훈련을 받았는지 국가대표 수영선수들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그 중 광수(정가람/박해준)의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광수는 기록이 매우 좋은 선수입니다. 하지만 술과 도박에 빠져 아시안게임 훈련에 열흘 넘게 참여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뒤늦게 팀에 돌아가자마자 광수는 코치에게 흠씬 맞게 됩니다. 그렇게 영화는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고, 광수가 스포츠센터 수영 강사로 일하는 모습이 비쳐집니다. 

 

광수(박해준)

 

수영을 좋아하는 소년, 어른을 만나다

영화는 이제 현재를 이야기합니다. 수영을 좋아하는 준호(유재상)는 또래 친구들과 놀고 게임하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입니다.

 

준호(유재상)

 

대회만 나가면 만년 4등이지만 그래도 준호는 좋습니다. 4등이라 마음이 안 좋은 사람은 준호의 엄마 정애(이항나)입니다. 정애는 준호의 성공에 집착하는 모습입니다.

 

 

이에 수영 코치를 섭외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광수입니다. 

 

광수가 선수였던 시절과 현재는 많이 다릅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누군가를 때리는 건 용납되기 힘든 시대이지만, 광수는 이전에 본인이 훈련 받았던 방식으로 준호를 가르칩니다. 이에 준호의 실력은 향상되었지만, 폭력까지 학습하게 됩니다. 

 

준호가 광수에게 당한 방식으로 동생에게 하는 걸 보면, 어른이 얼마나 중차대한 위치인지 알게 됩니다. 또한 준호의 성공에 노골적으로 집착하는 엄마는 준호가 광수에게 맞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침묵하고, 스포츠신문 기자인 아빠(최무성)는 현실을 정면으로 대하되 타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영화는 수영을 좋아하고 소질도 있지만 단지 승부욕이 조금 부족한 한 소년을 조명하면서, 그를 둘러싼 어른들의 모습, 준호가 기어이 4등을 벗어나는 모습, 준호 스스로의 감정과 그 변화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모든 이야기와 장면들이 1등과 4등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흘러갑니다. 준호가 수영장에 일렬로 늘어선 레인을 넘어다니는 모습이 꼭 1등을 위해 선을 넘는 어른들과, 자유롭게 수영하고 싶은 준호의 심정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수영을 서정적으로 그리다

영화는 준호의 심정과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함께 준호가 수영장에서 경기를 하고, 자유로이 물과 빛을 만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영화는 수영이 상징하는 역동성 뿐만 아니라, 수영장 물에 비치는 빛을 이용해서 보다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배경은 밤, 수영장 수면 아래, 빛, 또는 빛에 비치는 레인 등 아주 단순한 자원들을 가지고 최대한의 효과를 낸 모습입니다. 여기에 잔잔한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면서 소년의 순수한 감정과 그 열정을 천천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외면하기 힘든 부분들, 하지만 최선을 다해 가장 좋은 방법론을 찾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영화입니다.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돌이켜보게 하는 영화 ‘4등’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It_Ltz5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