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슈만 '시인의 사랑' -실연. 7곡~14곡
    음악 이야기 2022. 8. 19. 15:00
    반응형
    SMALL

    시인의 사랑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사랑-실연-그 후.

    그 중, 실연의 부분...


    슈만 연가곡 <시인의 사랑> 그 두 번째 이야기_ 실연

     

    슬픈 사랑을 해보고 싶었다. 90년대 후반, 드라마나 영화 혹은 소설의 내용을 보면 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늘 사랑은 어긋나고 반대에 부딪치거나 누군가가 죽곤 했다. 가슴이 미어지는 그런 사랑 이야기들이 참 인상적이었나 보다. 이십 여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이란, 애초부터 슬픈 거다. 너무 가혹한 거지. 신이 인간에게 준 형벌이라고나 할까. 인생은 언젠가 꼭 끝이 나는 비극인데 그 안에 사랑이라는 너무 큰 희망 혹은 기쁨을 준 거지. 희망고문. 

     

    뭐 어쨌든, 절망 속에 피어나는 꽃이 아름답다고 했던가, 그래서 사랑 에 가치가 있나보다. 아니, 가치가 있건 없건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사랑이겠지, 그래서 비극인거고 그래서 슬픈 거고. 

     

    Schumann. 

    슈만. <시인의 사랑> VII - XIV

     

    이 연가곡의 첫 곡부터 여섯 번째 곡에서 사랑하는 모습을 노래했다면 일곱 번째 곡부터 열네 번째 곡에서는 실연의 슬픔을 노래한다. 

     

    연주영상 (7분 28초부터 일곱번째 곡이 시작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BRTycmIak8Q 

     

     

    슈만의 경우 반대에 부딪혔던 사랑 클라라를 얻어 냈다. 법정 다툼까지 갔었던 지난한 과정이었다. 반면 <시인의 사랑> 연가곡의 가사가 된 시 <서정적 간주곡> 을 쓴 하이네는 자신의 사랑을 얻어내지 못했다. 사랑의 힘든 과정을 겪었던 슈만이기에 하이네의 시에 더욱 더 심취하지 않았을까.

     

    VII. Ich grolle nicht (나는 원망하지 않으리)

    나 원망하지 않으리, 내 심장이 터진다 해도,

    영원히 잃어버린 사랑아! 나 원망하지 않을 거야

    상당히 격한 감정으로 노래가 흐른다. 목소리도 피아노도 모두 모든 감정을 다해 다짐한다. 그 마음이 전해진다. 서정적이면서도 절정의 고음을 향해 달려가는 강렬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그에 따른 반주 역시 화음으로 강렬함을 더해준다. 

     

    VIII. Und wuessten's die Blumen, die kleinen (만일 예쁜 꽃이 안다면)

    선율이 야들야들하니 가늘다. 위에서 아래로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선율이 예쁘다. 피아노는, 목소리 반주를 할 때는 잘잘하게 빈 곳을 채워주다가 마지막 마무리에 와서는 다른 분위기로 강하게 맺는다.

     

    VIV. Das ist ein Floeten und Geigen (저것은 피리와 바이올린)

    피아노에 귀가 매우 쏠린다. 이전 곡의 마지막 부분을 이어가는 분위기이다. 이번 곡에서는 피아노가 메인인 듯 그 연주가 곡 전체를 사로잡는다. 곡에서는 비극의 분위기 감돌면서도 반주 덕분인지 화려한 느낌이다.

    피리 소리와 바이올린 소리, 트럼펫 소리 요란하게 울린다;

    그러자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내 애인이 결혼식 원무를 추기 시작한다

     

    X. Hor' ich das Liedchen klingen (그 노랫소리를 들으면)

    시작부터 향수가 밀려온다. 아련하게 저어쪽 어딘가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기운이 어느새 내 주위를 감싼다. 그 기운은 슬픔, 이다...

    언젠가 옛 사랑이 불렀던 그 노랫소리를 들으면,

    울컥 밀려드는 괴로움에 내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아.”

     

    XI. Ein Jungling liebt ein Madchen (한 총각이 한 처녀를 사랑했는데)

    밝다. 그런데 그 밝음이 조금 이상하다. 비꼬는 듯도 하고 상황을 희화화한 듯 해학의 느낌이 강하다. 어긋난 사랑을 노래하고 있기에 밝을 수가 없는데, 헛웃음이 나오는 대목이다.

     

    XII. Am leuchtenden Sommermorgen (반짝이는 여름날 아침에)

    정말 평화로운 노래다. 자장가를 듣는 것처럼 마음이 안정이 되면서 슬며시 입매가 올라간다. 신선이 걸어가듯 정원을 거니는 슬픔에 젖은 창백한 젊은이 의 축 처진 모습이 그려진다. 마음이 상당히 무너져 흘러내려 꽃들의 동정을 받고 있는...

     

    XIII. Ich hab' im Traum geweinet (꿈속에서 나는 울었어)

    꿈을 꾸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멍할 때가 있다. 대개 슬픈 꿈을 꿨을 때다. 꿈속에서 흘린 눈물이 연장되어 계속해서 흐를 때도 있다. 그러면서 다시 멍해진다. 눈물이 내 모든 감각을 무뎌지게 만들면서 끝을 맺는다. 피아노 소리로, 낮고 여리고 잔잔하게 맺어진다.

     

    XIV. Allnaechtlich im Traume seh' ich dich (매일 밤 꿈속에서)

    매일 밤 꿈속에서 내 사랑을 본다. 나 홀로 사랑, 깨어 있을 때 항상 그 사람 생각을 하다 보니 꿈에 나타나기 일쑤다. 실연 후 뭐가 꿈이고 현실인지 모를 정도로 혼미한 정신 상태일 터다. 일장춘몽이다. 꿈속에서 다정히 인사하는 너 를 보지만 한낱 꿈일 뿐이다. 꿈속에 젖어 있는 음악이 흐르다가 마무리가 성급하다. 순식간에 꿈에서 깬 듯.

     

    어쩜 이렇게 시에 맞게 음악을 잘 만들 수 있을까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음악을 들으면 슈만의 해석과 그 감성이 고스란히 듣는 이에게 전달된다. 가사를 잘 알 수 없어도 음악이 너무나 생생하고도 촉촉하게 가슴을 적신다. 시인 하이네의 사랑이, 그 아픔이 모두의 아픔이 되고 모두의 사랑이 되는 그런 명작이다. 시인의, ..

     

    _가사() 번역 출처

    <노래의 책>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 김재혁 옮김. 문학과지성사

     

     

     

    댓글

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