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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 '시인의 사랑' -사랑. 1곡~6곡음악 이야기 2022. 8. 18. 12:00반응형SMALL
제목만으로도 낭만적인
들으면 훨씬 더 낭만적인
슈만 연가곡 시인의 사랑.
그 첫번째 이야기, '사랑'
‘사랑’ 이라는 것, 대체 뭘까. 한 번쯤은 모두가 생각을 해 봤을 터다. 실체도 없을뿐더러 대체 사람들과 그 정의를 공유하기도 힘들다. 백이면 백 생각하는 게 다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물은 적이 있다. 사랑이 뭘까요, 사랑이라는 게 있기는 있을까요. 그 누군가의 대답은 이랬다. 사람마다 다르지, 내가, 이게 사랑이다, 라고 믿으면 그게 사랑인 거지.
그렇게, 사랑을 정의하는 건 힘들다. 하지만 분명한 건 감정이 공유가 되면서 느껴지는 그 ‘무언가’ 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직접적인 만남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예술 작품을 통해서, 그 작품의 ‘사랑스러움’ 에서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Schumann. <Dichterliebe>
슈만. 연가곡 <시인의 사랑>
슈만의 <시인의 사랑> 은 열여섯 개의 연가곡이다.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여섯 곡에서는 사랑이 시작된다. 그 순간의 기쁨을 노래한다.
I. Im Wunderschonen Monat Mai (아름다운 5월에)
꽃 피고 새가 우는 햇살 좋은 오월의 어느 날, 이 아름다운 배경에서 남자주인공은 여자를 대면한다. 여자를 향해 혼자 품고 있던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마음이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멜로디에 서정성이 짙게 묻어 있다. 여유롭고 진실하게 음악이 연주된다. 리듬감이 드러나지도 않는다. 다만 멜로디만 부드럽게 흐를 뿐이다. 반주 역시 그렇다. 화음이 드러나지도 않는다. 마치 고백하는 남자의 배경이 되듯 ‘아름다운 오월’ 에 충실하다.
II. Aus Meinen Tranen Sprieben (나의 눈물에서)
차분하게 진심을 다해 고백한다. 마치 기도하듯이.
“흐르는 나의 눈물 방울은 수많은 꽃으로 피어나고
내 가슴 속 깊은 한숨은 밤꾀꼬리의 노래가 되네
내 사랑아, 네가 날 사랑한다면, 네게 이 꽃을 모두 주겠네”
III. Die Rose, die Lilie, die Taube, die Sonne (장미, 백합, 비둘기, 태양)
와아, 단숨에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다. 정말 매력적이다. 기쁨과 의욕이 넘친다. 간주도 없이 성급하게 들어가는 노래와 스타카토로 빠르게 진행되는 피아노.
“장미, 백합, 비둘기, 태양, 이 모든 것을 옛날엔 사랑의 환희에 젖어 사랑했었네.
하지만 나 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않네, 내가
사랑하는 것은 조그맣고 예쁘고 순수한 그 한 소녀,
그녀는 모든 사랑의 샘물, 그녀 자신이 바로 장미, 백합, 비둘기, 태양이기 때문이라네.”
IV. Wenn ich in deine Augen seh' (당신의 눈동자를 바라볼 때)
눈에 하트가 뿅뿅, 눈에 콩깍지가 낀 채 연인을 보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태, 무장 해제된 그 상태.
“네 눈을 바라볼 때면, 나의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네가 내게 ‘사랑해’ 라고 말하면 너무 기뻐 슬프게 울 수밖에 없다네”
V. Ich will meine Seele tauchen (나의 마음을 적시리)
멜로디가 매우 아름답다. 정말로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 들어온다. 사랑의 감정 같기도 하고 왠지 슬픈 감정 같기도 한, 오묘하게 마음을 헤집어 놓는 멜로디이다. 피아노도 마찬가지로 마치 하프가 연주하는 것처럼 꿈꾸는 듯 부드럽다.
VI. Im Rhein, im heiligen Strome (거룩한 라인 강에)
비장하게 시작하는 오프닝. 격한 감정으로 노래가 시작된다. 중간부터 살짝 그 감정이 풀리기는 하지만 이후 피아노는 다시금 비장한 느낌으로 노래를 맺는다. 반주가 시종 절뚝거리는 느낌이다. 편안하지만은 않은 곡이다. 하지만, 좋다... 인상적인 곡이다.
슈만의 많은 작품들에는 사랑이 많이 배어 있다. 다른 작곡가들도 곡에 저마다의 사랑을 담는다. 슈만도 그렇다. 대신 그의 사랑은 걸쭉한 액체 초콜릿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진하다. 그래서 <시인의 사랑> 이라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서정적 간주곡> 이라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감성과 그 안목, 그리고 거기에 이렇게도 아름답고 사랑이 뚝 뚝 떨어지는 음악을 붙일 수 있는 그의 음악적이고 문학적인 이해와 감수성이 정말 놀랍다. (필자가 이 작품을 선택해 소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머리를 비우고 호흡을 내려놓고 음악을 들어보자. 어쩌면 이 곡을 통해서 알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 이라는 것이 뭔지. 나도 모르게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오를 거라고 확신한다. 즉, 이 곡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이 당신의 사랑일 거다.
_가사(시) 번역 출처
<노래의 책>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 김재혁 옮김.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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