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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만 '시인의 사랑' -후後. 15~16곡
    음악 이야기 2022. 8. 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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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부분으로 나뉜 연가곡.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이별 그 후를 감당하고.

    https://jyshine24.tistory.com/306?category=843048 

     

    슈만 '시인의 사랑' -사랑. 1곡~6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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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jyshine24.tistory.com/308?category=843048 

     

    슈만 '시인의 사랑' -실연. 7곡~14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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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사랑을 하다, 서로 사랑을 하게 된다. 길다고 하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사랑은, 

    지나간다. 각자에게 남은 잔여 감정들은 각자 처리해야 할 몫이다. 

     

    감정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사랑 후, 그러니까 사랑이 떠나간 후 내가 감당해야 할 감정의 무게를 잰다면 얼마나, 대체 얼마나 무거울까. 생각해보면, 사랑을 할 때, 사랑을 막 잃었을 때 그리고 그 잃은 사랑을 내 안에서 몰아내야 할 때 모두 감정의 양은 동일한 것 같다. 

     

    하지만 양이 같다고 무게가 같지는 않을 터다. 사랑은 부피가 크고 무게가 덜 나가는 기분이지만 이별한 순간부터 그 이후의 감정은, 부피는 점점 줄어들지만 무게는 점점 더 나가는 기분이다. 사랑을 잃은 후 각자의 방법으로 발악하는 모습은 그 감정의 무거움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슈만은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서정적 간주곡>에서 열여섯 편의 시를 노래로 옮겨왔다. 그 중 첫 여섯 곡은 사랑의 기쁨에 대한, 이후 여덟 곡은 실연의 슬픔에 대한, 나머지 두 곡은 사랑과 실연 그 후 허망함과 고통에 대한 노래로 만들어냈다. 

     

    Schumann. 

    슈만. <시인의 사랑> XV - XVI

     

    https://youtu.be/2f-s6P9dh04

     

    XV. Aus alten Maerchen winkt es (옛날이야기 속에서)

    시작이 경쾌해서 살짝 놀랍다. 지나간 사랑을 생각하면서 경쾌하게 노래가 시작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서다. 리듬감 넘치는 밝은 분위기가 죽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템포가 느려진다. 너무 자연스럽게 느려지면서 노래가 슬퍼진다. 

     

    옛날이야기 속에서 하얀 손이 손짓하네,

    거기서 마법의 나라를 노래하는 소리 들리네

    그곳엔 황금의 석양빛 속에 큰 꽃들이 그리움을 태우며,

    신부 같은 얼굴로 다정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네

     

    라며 달콤한 그리움에 사로잡혀 있는 시인, 하지만 이내 꿈이라는 걸 알게 된다.

     

    , 나 그리고 갈 수만 있다면, 그곳에서 나의 가슴은 기뻐하리,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더없이 행복하리!

    ...하지만 아침 햇살이 비치면 물거품처럼 모두 녹아버리네.”

     

    XVI. Die alten, boesen Lieder (낡아빠진 나쁜 노래들)

    어둡다. 그리고 무겁다. 피아노가 매우 강하게 노래를 시작한다. 반주 또한 대담하다. 성큼성큼, 발자국을 무겁고도 확실하게 찍으면서 노래가 이어진다. 어둠의 색깔이 매우 진하고 선명하다. 그만큼 내용도 무섭도록 무겁다. 

     

    낡아빠진 나쁜 노래들, 뒤숭숭한 고약한 꿈들,

    그것들을 우리 이제 파묻어버리자, 큰 관을 하나 가져오너라.

    ...왜 관이 그처럼 크고 무거워야 하는지 그대들은 알겠는가?

    그것은 내가 그 안에다 내 사랑뿐만 아니라, 나의 고통까지도 집어 넣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인의 고통의 무게는 물리적으로 대략 측정이 가능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사랑 후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이 이 노래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관은 하이델베르크의 맥주통보다 훨씬 크고 관대는 마인츠의 다리보다 훨씬 길고 그 관을 들려면 열둘의 거인만큼 힘이 세야 하고 그렇게 큰 관을 묻을 곳은 바다가 될 만큼 그 사랑과 고통의 무게가 어마어마하단다. 

     

    또한 주목되는 점은 피아노 연주이다. 목소리 연주가 끝난 후 피아노 연주가 죽 이어진다. 시작할 때의 깊고 무거운 느낌은 사라지고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꽤 길게 연주되면서 노래가 끝난다. 시인의 어떤 기쁨과 슬픔의 모든 감정을 정리하면서 <시인의 사랑> 이라는 작품을 마무리하고 있다. 열여섯 곡을 통틀어 가장 드라마틱한 피아노 연주를 보여주고 있다. 

     

    한 사람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사랑이 떠나간 후 남은 모든 감정들을 흘려보내는 과정을 열여섯 곡에 걸쳐서 함께 해보았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았겠지만 모든 사랑이 그렇듯이 해피엔딩은 없다. 어떻게든, 끝이 난다. 모든 사람의 인생에 끝이 있듯이. 끝이 난 후 밀려오는 혹은 남아있는 갖가지 감정의 뭉치들도 어떻게든 처리하려 노력해야 한다. 계속 살아나가야 하니까. 

     

    하지만 사랑이 늘 새드엔딩이라 해도 아름다운 것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 음악을 들으면 알 수 있다. 슬프고 아프고 또 기쁘고 환호하는 순간들이 녹아 있는, 시인의 사랑을 녹여낸 이 작품 속에서 각자의 사랑을 발견해 보기를 바란다.

     

    가사() 번역 출처

    <노래의 책>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 김재혁 옮김.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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