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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나그네 14곡 백발. Die greise Kopf
    음악 이야기 2022. 7. 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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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나그네.

    노래를 듣다듣다 보면 너무너무 좋지만

    우울해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힘이 든다. 우울하고 무겁다. 이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피아노 반주 한 소절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이 음악 전체의 분위기가 어떨지. 아니나 다를까 곡 전체가 까맣다. 새까맣도록 어둡고 무겁다. 

     

    <겨울나그네>의 진정한 분위기와 그 정체성이 담긴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울한 정서를 가득 담고 있는 곡이다. 보통 너무나 괴롭고 아플 경우 이렇게 살 바엔 죽는 게 더 낫다, 라고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 곡의 내용이 그렇다. 화자는 차라리 늙어 백발이 되어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다.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14. 백발(은빛 머리)
    Schubert 14. Die greise Kopf

     

    https://www.youtube.com/watch?v=71p5no1M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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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리 위에 은빛 서리가 덮였어

     

    피아노 반주 후 노래가 시작된 지 두 소절 만에 다시 짧은 간주가 깔린다. 두 가지 이유일 것이다. 피아노는 그저 반주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음성과 이중창을 하듯 음악을 끌어나가는 역할을 하기도 해서 노래의 일부분으로써의 간주일 수도 있다. 그리고 특히 이 작품의 경우 내용이 너무 무거운 나머지 노래가 쉬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그런 감정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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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노인이 된 게 행운이지 뭐

     

    화자는 지금 머리에 서리가 덮인 것을 보고 좋아하고 있다. 백발이 된 것을 즐거워하고 있다. 허나 음악에 힌트가 있듯이 지금 화자는 매우 우울한 상태임이 분명한데 대체 무슨 까닭일까. 궁금증을 남기며 다시 한 번 피아노에게 자리를 내 준 후 노래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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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리가 다 녹았네? 검은 머리를 찾았어
    그 젊음이 몸서리쳐진다...

     

    아, 머리에 내린 서리는 문자 그대로 ‘서리’였던 것이다. 정말로 화자는 백발이 된 것이 아니고 단지 겨울 서리에 덮여 머리카락이 하얘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노인이 된 모습을 상상했던 것이다. 그 서리가 녹자 다시 까매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힘들어 하고 있다. 그러니까 화자는 지금 이 순간, 현재의 시간 속에서 힘겨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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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은 아직 멀었나봐

     

    그러면서 절망적으로 읊조린다. 죽음이 아직 멀었구나...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화자에게는 지금 시간이 필요하다. 빨리 시간이 지나 차라리 백발이 되었을 무렵이면 감정이 정리가 되어 즐거울 수 있으련만. 이 나그네에게 ‘현재’는 매우 괴로운 순간이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흐른 후... 노래 첫 부분의 멜로디가 반복되며 곡이 끝맺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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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룻밤에도 머리가 하얗게 센다던데
    왜 아직 검나, 이 긴 나그네 길에

     

    모쪼록 이 나그네의 인생에, 적어도 백발이 되기 전까지의 인생에, 비교적 빨리 즐거움이 찾아오길 바란다. 사랑으로 인한 즐거움이면 더 좋겠고. 사랑으로 괴롭고 아파본 사람이야말로 또 다른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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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