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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족, 그래도 가족. 영화 ‘세자매‘영화 후기 2025. 2. 18. 10:27반응형SMALL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자매들 이야기
현실의 근원도, 현재의 현실도, 가족으로 귀결
세 자매(2021)_이승원
영화는 첫째 희숙(김선영), 둘째 미연(문소리), 셋째 미옥(장윤주) 이 세 자매의 일상을 각각 보여 줍니다. 교회 지휘자인 독실한 크리스찬 미연의 모습을 중심으로, 정신적으로 불안해 보이는 작가 미옥, 꽃집에서 일하며 팍팍하게 사는 희숙의 모습을 비춥니다.
이들은 가족으로, 지금은 또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삽니다. 하지만 세 자매 모두 가정 생활이 원만하지는 않습니다. 희숙의 남편은 돈만 가져가고 딸은 정신 나간 듯 방황 중에 희숙은 아프기까지 하고, 미연은 겉으로는 다 갖춰진 듯 편안해 보이지만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미옥은 아직도 정신적으로 미숙해 보이기만 합니다.
영화는 이들의 모습을 따로따로 보여 줍니다. 미연과 미옥은 전화로 소통하지만, 이들 세 자매 모두 대면하지는 않습니다. 상당 부분 이야기가 진행된 후에 이들이 만나는데, 그로부터 영화는 이들 자매가 현재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왜 각자 그러한 사람으로 성장해서 현재의 현실을 살고 있는 건지, 압축된 표현으로 보여 줍니다.
압축된 표현이란, 이들의 어린 시절을 단편적으로 담은 흑백 장면들이기도 하고, 이들 가족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 한꺼번에 터져 버리는 ‘아버지’ 생일잔치 장면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보여 주다가, 그 사연과 감정들을 한번에 빵 터트립니다.
인물 각각의 캐릭터와 표현이 또렷
가족의 상처를 잘 드러내다
일단 영화는 ‘세 자매’ 역할을 맡은 배우들 각각이 제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구현하면서 현실감을 줍니다. 감상자 개개인에게도 각 캐릭터의 어느 면에 있어서 공감할 수 있을 법한 지점들을, 충분히 표현합니다. 각 인물들과 꼭 같은 현실은 아니더라도, 그 캐릭터 또는 그 상황에 놓인, 놓였던, 놓일 수도 있는 지점들에서 현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희숙, 미연, 미옥의 ‘현재’가 그렇게 제각각인 이유, 그 본래의 캐릭터가 제각각인 이유 역시 잘 드러납니다. 인물들은 선명하게 대비되는데, 영화는 캐릭터들이 ‘그렇게’ 형성된 이유에 또한 집중하면서, 이 이야기의 핵심, 가족의 중심 사연을 풀어냅니다. 인물들 모두가 공유하지만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상처’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가족이라면, 또는 가족이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의 ‘가까운’ 관계에서라면 발생하는 크고 작은 ‘상처’를 표현한 것인데, 그 중에서도 영화는 아주 깊고 오래된 상처,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을 ‘안 좋은’ 쪽으로 바꿔 놓은 그 ‘결과’를 같이 나타냄으로써, 가족으로 묶인 이들의 삶의 현주소를 펼쳐 냅니다.
이에 가지각색으로 종류는 다르지만 사람으로 인해, 가족으로 인해 상처받고 상처 준 기억들이 떠올라 괴로울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이러한 괴로움을 들춰 내면서 결국에는 가족을 통해 치유되도록 하는 것이, 이 영화가 주는 선물입니다.
https://tv.kakao.com/v/415771364'영화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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