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안 좋아져..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풍자로 꾸민 영화
급격히 진행되는 비인간성

콘크리트 유토피아(2021)_엄태화

 

영화는 한국의 아파트 거주 문화를 과거 사실적 영상을 통해 짧게 소개하며 시작합니다. 아파트 문화를 풍자할 것이 거의 확실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는 이내 재난 상황에 홀로 살아남은 아파트 한 동을 비춥니다. 아파트뿐 아니라 모든 게 사라졌기에 도입부 내세웠던 아파트라는 소재가 곧바로 희석돼버리지만, 어쨌든 영화는 폐허가 된 장면과 배치되는 화사한 음악을 깔아 또다시, 이 영화는 풍자하는 영화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립니다. 그리고 그러한 음악을 통해서 초반부 분위기를 내내 풍자적으로 조성합니다. 

 

 

 

지진으로 모든 게 다 무너져버리고 다른 지역 사람들의 생존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 영화는 이렇게, 아파트 한 동이라는 고립된 공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파트 주민들의 비인간성에 주목합니다. 

주요 인물은 셋. 민성(박서준), 명화(박보영), 영탁(이병헌)입니다. 민성과 명화는 부부, 영탁은 아파트의 또 다른 주민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부녀회장 금애(김선영)가 초반부, 아파트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이야기 장을 여는 역할을 해줍니다. 그때 영탁이 리더가 됩니다. 

 

영탁은 숨겨진 사연과 본능이 부정적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인물이고, 민성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영탁에 편승하면서 저도 모르게 물들게 되는 인물이고, 명화는 처음부터 인간애로 일관하며 진실을 밝히는 인물입니다. 

 

영화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아파트’ 주민들의 생존 모습을 담으면서, 집단적으로 급하게 발전하는 비인간성에 주목해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아파트여야만 했던 이유
제목이 풍기는 풍자의 기운

재난이 먼저인지 아파트가 먼저인지 모를 두 소재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도입부 영상이 주는 힌트로는 이 영화가 아파트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해 다룰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한 아파트의 절대적 가치에 대해 다룹니다. 여기서 절대적 가치는 재난 상황 때문으로, 영화는 이 아파트 밖에는 생존의 여지가 없는 양 그 아파트 공간에만 집중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다만 간간이 인물들의 대화로 ‘아파트’에 산다는 것에 대한 우월감을 나타내거나 그로 인해 집단적인 비인간성이 발휘되는 모습을 만들어냈고, 특히 인물 영탁의 ‘사기’ 사연으로 집 즉 아파트의 꿈이 사라진 것으로 표현하면서, 재난 상황 속에서의 ‘아파트’ 소재의 특별함을 나타냈습니다. 

 

 

 

굳이 아파트가 아니었어도 이야기가 너끈히 진행되었겠지만 영화는 그래도 한국 아파트 선호 문화를 엮으면서 재난 상황에서의 생존 혹은 폐쇄적 공간 속 비인간성의 발현 이야기의 특징을 살렸다고 하겠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제목의 ‘유토피아’는 완벽한 반어였습니다. 영화는 완벽한 비극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희망 같은 것을 따로 제시하지 않으며, 인간애보다 비인간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건, 아파트 주민 인물들의 인간애가 너무 급하게 상실되었다는 것입니다. 생존이 달린 극한의 상황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 싶으면서도, 집단적 광기를 너무 쉽게 만들어낸 것이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항하는 인물이 명화 외에도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너무 과격하게 비인간적입니다. 이 부분은 혹시 풍자를 위한 풍자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닌지, 싶은 생각도 듭니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야 명화를 통해서, 이 영화의 인간애가 다행히도 드러납니다. 그 아파트에 살았던 사람들이,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명화가 겪은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조건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는 것. 이를 표현하면서 영화는 어쨌든 비극으로 마무리합니다.(사진출처: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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