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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 사슴은 어디서 살아...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봉 전 영화 후기 2024. 3. 1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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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포감 없이 지켜보다
    그저, 담아, 보여 주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2024)_하마구치 류스케

     



    이 영화는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등을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의 작품으로,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음악 감독 이시바시 에이코의 음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는 사슴이 살 정도로 깊고 청정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다. 그곳에 타쿠미(오미카 히토시)와 하나(니시카와 료)가 산다. 이들은 부녀지간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곳에 글램핑장 건설을 한다며 사람들이 찾아온다. 

     

     


    특별한 스토리는 없다. 그저 영상을 쫓아가면 된다. 깊은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천천히 펼쳐진다. 자연과 아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그런 만큼 흐름도 느리다. 

    첫 장면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하늘 높이 뻗어 있는 나무 가지들을 올려다보는 것에서 점차 시선이 내려와 눈높이를 맞추는 장면이고, 이어지는 장면들도 한적한 자연 속 생활 모습을 조용히 비추는 장면들이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저 비추기 때문에, 그 템포감에 일단 적응을 해야만 영화를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음악은 스토리를 위해 존재하는 음악이 아니라 영화가 음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것 자체가 그런 의도이기 때문에, 관객이 음악의 템포를 따르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음악조차도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 즉 '멜로디'를 가지고 진행되는 음악이 아니라, 그 공간과 장면을 채우는, 양감과 질감이 느껴지는 형태로써 존재하는 음악이기 때문에, 이 영화와 음악이 시너지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의 흐름이 느리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흐름만 가지고 영화를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이 영화가 담은 의미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싶은데 느린 템포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해서 아쉬운 면이 있었다. 


    시선으로 보는 영화
    마지막 장면을 위한 이야기


    영화는 정말 청정하다. 청명하고 아름답다. 장작을 베고 또 베고, 물을 길고 또 긴다. 사람들도 투박하다. 무엇보다 그냥, 자연이 모든 것인 영화다. 

     

     

    또한 영화는 ‘시선’을 잘 활용하고 있다. 보여 주고자 하는 대상을 ‘지켜보는’ 시점으로, 말하는 시점을 ‘듣는’ 시선으로, 앞으로 향하는 시선을 뒤로 ‘떠나는’ 시선으로, 다양하게 연출했다. 

    특히 스토리 면에서는 마지막 장면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자연의 어스름 속에서 사슴과 사람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비친다. 보지 않으면 느끼기 힘든 장면이다. 아주 자극적이진 않은데 충격적인, 머리로 아는 게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장면이다. 

     



    그럼 사슴은 어디서 살아요? 
    어딘가에서 살겠죠.

    이 대사가,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을 의미하고 있다. 그 다음 대사로 말줄임표밖에 떠오르지 않는, 그런 대화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영화 제목이 뭐였더라, 싶은데, 영화 제목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다. 아주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닿는, 신비의 제목이다. 3월 27일 개봉.(사진출처:다음)

     

    https://tv.kakao.com/v/445148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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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