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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차르트 마지막 교향곡 41번 '주피터'
    음악 이야기 2023. 9. 18.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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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요즘 마음을 깨끗하게 해야 할 때

    모차르트를 듣습니다.

    이 곡보다 더 단순한 곡들을 듣지만

    지금 '주피터'가 눈에 띄네요. 들어봅니다.

    역시, 좋네요. 



    최후통첩, 최후의 심판, 최후의 만찬... ‘최후’라고 하면 어쩐지 묵직하고 무거우면서도 무서운 느낌이 듭니다. 사람의 인생에서 ‘최후’라면, 아마 숨이 끊어지는 순간일 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순간을 예측하기 힘듭니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최후는 세상을 뜬 이후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술가의 작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 작품이 될 거라고 예상도 못했던 것들이 후대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역작으로 남겨질 수 있을 테니까요.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

     

     

    모차르트는 마흔 한 개의 교향곡을 남겼습니다. 그 중 마지막 41번은 ‘주피터’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모차르트가 붙인 것은 아니지만, 그리스 신화 속 최고의 신의 이름이 이 음악에 붙은 것이 단지 허세는 아닐 것입니다. 그만큼 최고의 교향곡으로 칭송할 만한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죠.  

    이 곡은 1788년에 작곡되었고, ‘주피터’라는 제목은 1819년에 붙었습니다만 작곡 당시에는 환영을 받지 못했습니다. 너무 앞서 나간 음악이었던 탓에 청중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1781년경의 초상(출처:위키백과)



    모차르트는 1756년에 태어나 1791년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주피터’를 작곡할 당시 그의 나이는 서른 둘. 세상을 떠나기 삼 년 전 모차르트는 교향곡 39번과 40번, 41번을 연달아 작곡합니다. 한 달 남짓 만에요. 이 작품들은 모차르트 최후 3대 교향곡이라고 하여 묶음으로 연주되곤 하는데요. 실제로 39번 E-flat장조, 40번 g단조, 41번 C장조를 연이어 들어보면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교향곡 41번 ‘주피터’는 4악장 구성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6EOb86YdIs 

     

     

    1악장은 알레그로 비바체입니다. ‘도 솔라시도, 솔라시도’로 시작되는 멜로디가 단순하면서도 강렬합니다. 웅장함과 경쾌함을 한껏 머금고 음악은 시작됩니다. 멜로디와 구성이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명쾌합니다. 반복되는 멜로디에서는 즐거움이 묻어납니다. 

    2악장은 안단테 칸타빌레입니다. ‘도 솔 미 레도시, 레 솔 파 미레도’로 시작되며 느리게 노래하듯이 멜로디가 진행됩니다. 평온합니다. 이 멜로디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균형 잡힌 안정감을 건네줍니다. 또한 장조와 단조가 혼합되어 흐릅니다. 그렇게 변환되는 분위기는 음악을 더욱 서정적으로 이어줍니다.  

    3악장은 미뉴에트(알레그레토)입니다. 부드럽습니다. 딱 알맞은 온도의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부드럽게 리듬을 타며 흘러갑니다. ‘솔 파#파미레 도시도 미레’로 시작되며 역시 계속해서 이 멜로디 구간이 변형되어 악장을 지배합니다. 후반부에는 4악장을 연상케 하는 멜로디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4악장은 몰토 알레그로입니다. 다시금 경쾌함을 한가득 담았습니다. 모든 악장 중에서 가장 복잡하게 흘러가는 악장입니다. ‘도-레-파-미’는 이 악장을 지배하는 멜로디입니다. 또한 이번 악장은 구조적으로 짜여있습니다. 흡사 바흐를 듣는 것도 같습니다. 대위법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멜로디가 층층이 쌓이고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장대합니다. 그 장대한 면에서는 베토벤을 미리 보는 것도 같습니다. 

    4악장은 과연 모차르트의 곡이 맞나 싶을 정도의 무거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에 더해, 살면서 맞닥뜨린 경험들, 여러 나라 도시를 오가며 배운 것들,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였을 다양한 문화들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차르트는 서른다섯 해를 살고는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 시대에는 영아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고 하니, 요절의 안타까움보다는 생존에 고마움을 더 느끼게 됩니다. 과연 모차르트는 이 곡이 ‘최후의 교향곡’이 될 줄 알았을까요? 어쩌면 마음속으로 ‘이게 마지막 교향곡이야. 더 이상 교향곡을 만들지 않겠어.’라고 다짐했다면, 그만은 알고 있었겠죠. 

    이 곡이 ‘주피터’ 대접을 받는 것처럼 모든 것의 ‘마지막’이 멋지고 완벽한 건 아닐 것입니다.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이 훌륭한 ‘마지막’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느닷없이 찾아올 그 순간을 대비하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을 알차고 황홀하게 보내는 것, 아닐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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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