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에 초점. 영화 '해방'

윌 스미스 원톱으로

흑인 노예의 탈출을,

탈출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 진행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재밌었어요.

이런저런 차별 서사는 기존 영화로 꽤 봤는데

이건 탈출에 초점이 맞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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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그리고 탈출, 이 두 가지에 초점
현미경으로 보듯 그 과정을 자세히 담은 영화

해방(2022)_안톤 후쿠아

 

영화는 한 인물을 조명합니다. 노예, 피터(윌 스미스)입니다. 피터가 가족과 헤어지면서부터 만나기까지, 그리고 동시에 노예 신분에서 해방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에 영화는 피터가 가족과 헤어지는 장면으로 시작되고, 가족과 다시 만나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그 사이의 모든 이야기는 피터의 상황과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 피터가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당시의 상황 설명이나 여타 주변 이야기는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다만 피터의 존재와 그의 생존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많은 이야기를 하는, 피터

때는 링컨이 노예 해방을 선언하기 직전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피터는 악명 높은 일터로 끌려가 일하게 됩니다. 그런데 피터는 다른 노예들과 그 지위가 다른 듯 보입니다. 간혹 매우 부당한 일에 대항해도 죽임을 당하지 않는 정도의 지위입니다. 노예를 부리는 인물 파셀(벤 포스터)이 피터를 다른 노예들과 조금 다르게 대우하는 모습입니다. 

어쨌든 피터는 노예입니다. 악랄한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남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인부들에게서 ‘링컨이 노예를 해방시켰다’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고, 피터는 어느 결정적인 순간에 현장을 빠져 나옵니다. 일터도 쑥대밭이 됩니다. 피터는 탈출에 성공하지만 파셀의 끈질긴 추격으로 시시각각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이때부터 영화는 피터의 생존에 주목합니다. 악어에게 물려도 악어를 죽이고 살아남을 만큼의 지독하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지라, 파셀이 있는 힘을 다해 추격하고 복종시키려 한들, 끝은 피터의 승리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 과정을 영화는 이야기로 만들어, 피터가 탈출해서 살아남는 것이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줄거리로 그려지게 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afyhTpWpUs 

피터라는 인물을 자세히 비추기 때문에 특히 피터의 표정 하나하나가 중요하게 담깁니다. 말보다 표정에, 분노를 뛰어넘는 절박함과 애환 등 많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영화는 신을 믿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함께 다루었습니다. 첫 장면부터 피터가 가족들과 기도를 하는 장면이고, 이후 악독한 현실에서도 신을 믿는다는 것의 아이러니와 그 의미와 정서를 여러 장면들에 담고 있습니다. 

 

채도는 낮추고 명암은 드러내는 화면, 분위기

흑백처럼 보이지만 흑백은 아닌 화면. 영화는 채도를 한껏 낮춘 상태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이에 당시의 서슬퍼런 현장들이 도드라지게 보입니다. 그 안에서 드러나는 낮은 채도의 푸른 자연의 색감이 상황을 피터에게로 더욱 몰아주고, 빛이나 불로 나타나는 명암이 상황의 분위기와 인상을 더욱 진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피터만 따라가면 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여타 설명 없이 피터로 시작되어 피터로 진행되고 끝나기 때문입니다. 이에 영화를 보면서 인물 피터와 파셀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일게 되지만, 영화는 그에 대해 잠깐의 언급만 하거나 유추할 수 있을 정도만 드러냈을 뿐입니다. 

덕분에 이 영화만의 정체성이 또렷해졌습니다. 인물과 그의 행보를 통해 역사와 상황과 생존과 삶과 신, 그리고 가족에 이르기까지 그 의미를 폭넓게 다룬 영화 ‘해방’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