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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쉬운데 좋기도. 영화 '1947 보스톤'
    개봉 전 영화 후기 2023. 9. 1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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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웠는데
    후반 마라톤 장면이 압권입니다.
    그걸 위해서
    전반부는 그냥 보는 걸로 하시면.ㅎㅎ
    물론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참고만 하시죠.



    애국적 요소와 스포츠 사이 어딘가
    실제와 극 사이 어딘가에 있는 영화
     
    1947 보스톤(2020)_강제규
     

     
    영화는 해방 이후, 마라톤 손기정 선수가 감독으로 참여하고 서윤복 선수가 출전한 1947년 보스톤 국제 마라톤 대회를 조명한다. 
     
    이 사실적 배경만으로도 영화는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한 세기도 채 지나지 않은 현대사를 다루고 있는데다 손기정 선수의 스토리 또한 한국 사람으로써 울림이 있을 수밖에 없는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일제 치하 손기정 선수의 스토리가 아니라 미 군정 하 서윤복 선수의 스토리를 다루면서, 잘 몰랐던 스토리를 복원한다. 
     

    손기정(하정우)
    서윤복(임시완)

     
    서윤복 선수는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던, 달리기를 좋아하고 잘하는 선수로 등장한다. 실제로도 그런 인물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서윤복 선수의 드라마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는 선택을 하지는 않았다. 그 시간에 손기정 선수와 남승룡 선수의 합과 이들이 ‘보스톤’에 가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준다.
     
    손기정 역에 배우 하정우, 남승룡 역에 배성우, 서윤복 역에 임시완이다. 영화는 도입부로 손기정의 1936년 금메달 시상 장면과 일제의 강압을 짧고 담담하게 담았다. 그리고 십년이 흐른 후의 손기정과 남승룡을 보여준다. 그로부터 영화는 이들이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태극기를 달고 출전하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dZ3G2Fkf7U4 

     
    이때 ‘애국’적 내용을 부각시키려 했지만, 어쩐지 애국적 요소를 넣어야 했기 때문에 부러 넣은 느낌이 든다. 그리 담백하지가 않다. 또한 서윤복과 손기정 둘 중에 누구를 더 조명해야 할지, 애국적 요소와 스포츠 중에 무엇을 더 조명해야 할지, 영화가 확실히 결정을 못 내린 듯 보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서윤복 개인의 스토리와 마라톤이라는 스포츠 자체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면, 드라마와 인물, 애국적 요소가 모두 잘 살았을 것 같다. 
     
    실화가 주는 강점이 아쉬운 영화
    다만 후반부 제대로 살아난 마라톤 장면
     

     
    후반부 서윤복의 마라톤 장면은 몰입도 높게 만들어졌다. 스포츠 영화의 묘미가 아주 잘 드러난다. 우리의 아픈 역사와 맞물려서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비록 만들어진 장면이지만, 서윤복의 뛰어난 실력과 마라톤 경기의 현장은 정말 흥미진진하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핵심은 보스톤에서 마라톤이 시작되고부터다. 핵심의 시작 지점이 영화 진행상, 다소 늦긴 하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했지만, 단지 기반으로 했을 뿐이다. 실존인물의 특징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쉬운 면이 있다. 비교적 최근의 인물들이기 때문에 특히 인물의 캐릭터나 비주얼을 사실적으로 구현하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영화에서 그런 고민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인물보다 배우가 더 잘 보인다. 
     
    영화 초중반부도, 영화가 배우 자체가 가진 힘만 너무 믿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손기정 캐릭터에서는 운동선수의 전사가 잘 느껴지지 않았고, 남승룡 캐릭터 역시 그 놓여진 상황들에 충실한 배우로써 다가온 면이 있다. 
     
    이 영화가, 연기로 장면을 살리려는 측면이나 ‘극’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려는 측면보다 오히려 실존인물 자체를 살리는 데 힘을 들였다면, 보다 정성스러운 장면들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영화는 배우의 힘이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무난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보스톤 마라톤 장면만으로 그 가치가 크다고 하겠다. 개봉일은 9월 27일이다.
     



    기자간담회

    강제규, 하정우, 임시완, 김상호

     
    강제규 감독은 많은 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드리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기정 선수가 1936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서윤복 선수가 초등학교 6학년 정도였다면서,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 목표를 향해 달린 인간승리가 돋보이는 영화라고 전했다.

    또한 서윤복의 드라마 즉, 무악재와 하트브레이크 언덕을 만나게 하는 장면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달리기 관련해서는 대학 때부터 매력을 느끼고 언젠가는 달리기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인간의 극한에 대해 전하는 마라톤의 독특한 미학에 끌렸다고 말했다. 
     


    배우 하정우는 실제 손기정 선수가 선수단을 이끌고 보스톤 가는 여정에 책임감을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매 테이크마다 손 선수가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했고, 다른 촬영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엄숙함을 첫 장면 촬영에서 느꼈다고 전했다. 임시완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준비한 시간을 지켜봤는데 정말 많이 노력했다면서, 덕분에 대회 장면을 찍을 때 자연스럽게 이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임시완은 실존인물을 연기하기에 누가 되면 안 되는 작업이라 생각하고, 국가대표라는 생각으로 촬영 두세 달 전부터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다면서, 작품 끝날 때까지도 코치에게 틈틈이 배우고 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윤복 선수와 외형을 비슷하게 하기 위해 식단 관리와 운동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전했다. 지금까지도 마라톤을 취미로 하고 있다고.

    특히 결승선을 들어올 때는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감정을 증폭했다고 전했다. 완주해야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결승선 장면을 찍었다고 말했다. 또한 언덕을 뛸 때에도 배운 자세 그대로 뛰었다면서, 허구로 만들어진 상황인데도 서 선수의 느낌을 비슷하게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상호는 실존인물 백남용, 극중 백남현 역을 맡았는데, 자료가 별로 없어서 그 시대를 살았던 한 개인의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인물이 희화화 된 건 본인의 상상이고, 영화적으로 그 캐릭터가 담당해야 하는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인물이 표현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영화를 통해 마라톤과 조깅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전했다.

    한편 강 감독은 ‘과거는 미래’라면서, 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3년 전에 이 영화가 코로나 때문에 개봉이 연기되었지만 덕분에 영화를 계속해서 다듬을 수 있었다며 그 시간이 소중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한국영화 회복세가 뒤쳐지고 있는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관객들도 많이 봐주시길 바란다고 덧불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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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