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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의 대화를 보며 각자 알아서 느끼도록. 영화 '컨버세이션'
    개봉 전 영화 후기 2023. 2. 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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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들의 대화를 파편적으로 이어붙여놓은 영화.

    알아서 잘 듣고, 의미도 알아서 캐치하고

    그래야 하는 영화.

    두 시간이 좀 길다.


    일상적인 대화를 주인공으로
    새롭게 발견하는 대화의 의미

    컨버세이션(2021)_김덕중

     


    세 명의 여자가 대화 중이다. 은영(조은지)의 집에서, 과거 프랑스에서 함께 있었던 친구 명숙(김소이)과 다혜(송은지)가 오랜만에 만나 수다를 떤다. 말 그대로 수다이다. 주제도 감상도 제멋대로 튀어 다니고, 그러다가 진지하고 깊어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무작위로 세 명의 여자, 오랜만의 만남, 편한 자리에서의 수다,를 키워드로 어느 한 모임을 선택해 대화의 시작점이 아닌 중간 어느 지점부터 녹화를 해본다면, 아마 이 영화의 첫 장면과 같을 것이다. 

     

     

    영화는 세 명의 여자 또는 두 명, 세 명의 남자 또는 두 명, 한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의 대화 또는 상대를 드러내지 않고 하는 대화의 모습을 모두 담았다. 그 대화들의 단편을 이어 붙여 놓았다. 

    그들의 대화는 밑도 끝도 없이 시작되고 끝난다. 인물들의 대화를 그저 들으면서 우리는 그들의 상황이나 생각, 감정을 유추하게 된다. 유추하면서 느끼게 되는 건, 대화의 속성에 대한 새삼스러운 깨달음이다. 

    마치 보이는 듯 선명한 말들의 오고 감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정제되어 빛나는 의미

     

    https://www.youtube.com/watch?v=T1wAZyqJ1ho

     

    대화의 단편들을 보다 보면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가 얼마나 말에 집중하고 있는지, 인물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말이라는 도구를 얼마나 잘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 말을 듣는 행위를 할 때조차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공감을 하거나 반박을 하거나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시금 생성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인간의 대화가 얼마나 지능적인지 또한 깨닫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고 말이라는 소리를 내고 있을 뿐이지만, 보이지 않게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오고 가는 의미들이 얼마나 순식간에 만들어지고 부딪치며 해소되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승진(박종환), 은영(조은지)

     

    영화는 특히 은영과 승진(박종환)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만남과 대화, 생각과 감정의 오고 감에 상당한 장면들을 할애해서 보여주는데, 서로에 대해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그 감정과 말이 어떻게 합치되거나 배치되어 입 밖으로 나와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형성하는지를 알게 한다. 

    대화 그 자체에 초점을 둔 영화로, 그 장면들이 모두 단편적이고 대화의 내용들이 파편적이라고 하더라도, 인물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집중하다 보면 대화 그 자체가 가진 속성과 대화 즉 따옴표 안의 말들이 눈으로 보이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영화 ‘컨버세이션’은 오는 2월 2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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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