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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을 다룬 정적인 이야기. 영화 '림보' (feat.웨스앤더슨 한 스푼)
    영화 후기 2022. 6. 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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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잔하고 한적하고 그러면서 자조적이고 쎄-한 유머(유머란 단어 표현이 맞을지..)

    조화로운 색감이나 정돈된 구도, 사람들 배치와 시선이 

    웨스 앤더슨 감독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이 한둘도 아닐 거고

    이런 스타일이 독창적이기는 하지만 유일무이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이 영화만의 이야기와 메시지가 뚜렷하다보니

    굳이 웨스 앤더슨을 거론할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생각은 나고. 

     

    정적으로 풀어낸 난민 이야기


    난민들의 애환을 담담하게, 정적으로 그려낸 영화
    한적한 자연 배경,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사연

    림보(2020)_벤 샤록

     

     

    스코틀랜드의 드넓은 자연, 황량하게 보일 정도로 시야가 뻥 뚫린 한적한 풍경 속에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가나 등지에서 온 젊은 남성 난민들이 모여 삽니다. 나라에서 지정한 난민 거주지. 이들은 망명을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시간을 흘려 보냅니다. 

     

    오마르(아미르 엘 마스리)

     

    영화는 시리아에서 ‘우드’ 연주자로 살았던 청년 오마르(아미르 엘 마스리)를 주목합니다. 팔을 다쳐서 연주를 할 수도 없고, 연주할 곳도 딱히 없고, 연주할 이유도 그 방법도 잊어가는 오마르. 공중전화로 가족과 통화를 하기도 하지만 오마르의 현실을 알아주는 이도 없어 홀로 답답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난민을 보는 시선, 난민의 시선

    사회에서 난민들을 보는 시선들이, 난민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모두 드러납니다. 그다지 긍정적인 시선은 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들을 여과없이 하지만 절제미를 가지고, 직설적으로 대사를 통해 표현합니다. 물론 모두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부족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그 모든 것들을 낯설게 바라봅니다. 인물들의 시선과 상황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 역시 낯섭니다. 카메라는 약간의 거리감을 두고 바라보며, 그들의 대화와 사연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한정된 지역에 머무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난민의 지위와 상황에 대해 자조적으로 생각하거나 혹은 그럼에도 희망을 품으며 살아가는 그들의 현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요인물들이 모두 난민이지만, 영화는 낯선 땅에 있는 그들의 낯선 상황들에 주목하면서 관찰자 시점으로 그들을 지켜봅니다. 

    난민들이 평소에 받는 시선을, 역으로 난민들이 표현하는 장면이 영화 도입부에 표현되어 있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는 상징적인 장면으로써, 어떤 사람들이 난민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처럼, 그 난민들이 타인을 의문스럽게 보는 시선을 담은 것입니다. 문화에 대한 강의를 하다가 춤을 추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난민들의 시선. 영화를 끝까지 다 본 후에야 첫 장면의 의도가 예측됩니다. 

     

     

    기왕이면 정면으로, 현실을 직시하도록

    오마르와 함께 지내던 난민 세 명의 사연이 오마르의 이야기 못지 않게 울림을 줍니다.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결국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청년, 오마르에게 먼저 다가가는 등 따뜻하고 엉뚱했지만 먼저 망명 허가를 받은 청년 등. 

    영화는 이들과 오마르의 모습, 그들의 시선을 정면으로, 똑바로 담았습니다. 사진을 찍는 듯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는 난민들, 시선이 꼭 그렇지 않더라도 사진 찍는 정돈된 대열로 배치된 인물들 등, 영화는 그들의 모습을 정면으로 담으면서 그들의 존재 자체와 그것이 의미하는 메시지가 매우 강렬함을 전합니다. 

    이와 함께 스코틀랜드 지역을 배경으로 화면의 반경을 넓게 잡으면서, 인물들을 향한 시선이 주는 가까운 거리감과는 반대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배경 속에 인물을 담아 그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지와 여유를 줍니다. 

    난민들의 상황에 대해 직설적으로, 거기에 유머를 덧씌워서 아프지만 희석되도록, 그들의 시간을 표현한 영화 ‘림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O--8Auuh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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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