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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감가상각.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영화 후기 2024. 1. 6. 11:43반응형SMALL
시간의 감가상각, 그 사이 잃어버린 것들
템포가 다른 두 캐릭터의 만남, 사랑
마이 미씽 발렌타인(2020)_진옥훈
영화는 서른 살 솔로 샤오치(이패유)의 일상을 먼저 다룹니다. 우체국 직원으로 일하면서 혼자 살아가는 샤오치. 집에서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SNS에 일상을 공유하며 사랑을 기다리고, 또 공원에서 운동을 가르치는 한 남자에게 호감을 가지며 밸런타인데이에 만나기로 약속하는데, 바로 그 날이 스킵된 채로 그 다음 날 샤오치는 눈을 뜹니다.
특히 샤오치는 남들보다 빠른 캐릭터입니다. 한 템포 빠르게 반응하고 움직이는 캐릭터가 소소하면서도 큰 웃음을 줍니다. 남들과 같은 시간이 주어지지만 그 시간 안에 남들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거나, 남들보다 박자가 빨라 시간을 당겨 쓰는 특이점을 가진 캐릭터입니다.영화는 이 샤오치라는 인물이 겪은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처음에는 왜 빠른 캐릭터로 설정이 되었는지 의아한 채로 그저 샤오치의 일상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 안에는 돌연 사라져버린 아버지도 있습니다.
어쨌든 샤오치의 밸런타인데이를 기점으로, 영화는 멈춥니다. 시간이 완전히 멈추면서 모든 사람과 사물이 멈추게 됩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타이(유관정)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타이는 매일 우체국에 와 샤오치의 창구에서만 편지를 부치는 청년입니다.
샤오치의 시간이 왜 밸런타인데이를 건너뛰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타이의 이야기에서 나타납니다. 그리고 샤오치를 향한 타이의 마음이 나타납니다. 전반부는 샤오치의 시각으로, 중반 이후부터는 타이의 시각으로 두 인물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을 만나게 하는 시간
잃어버린 시간 속 무언가를 찾은 사람들
타이는 샤오치와 반대되는 캐릭터입니다. 한 템포 늦고, 느립니다. 샤오치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샤오치가 ‘잃어버린 시간’을 타이는 덤으로 ‘얻은 시간’으로 보내게 됩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시간을 쓰던 사람은 시간을 잃게 되고, 남들보다 느리게 시간을 쓰던 사람은 그만큼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그 시간은 24시간으로, 타이는 멈춰버린 시간 동안 샤오치를 데리고 다니면서 추억 여행을 합니다. 이 중후반부 장면들을 통해 타이의 이야기와 타이 시점에서의 샤오치의 이야기를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멈춘 장면에서 타이 홀로 활동하는 장면이 꽤나 인상적입니다. 순간적인 장치로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꽤 오랜 시간을 할애해 그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 가기 때문입니다.
그때 타이는 샤오치를 데리고 다니면서 여행을 하는데, 움직이지도 못하고 사고할 수도 없는 상태의 샤오치와 함께한다는 점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영화는 어떻든 두 사람의 만남과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신선하게 풀어냈습니다.
영화는 누군가에게는 없어지고 누군가에게는 생기는 ‘그 시간’을 통해, 잃어버린 것을 찾게 합니다. 그건 사랑이었습니다. 빠른 캐릭터와 느린 캐릭터, 잃어버린 시간과 얻게 된 시간 설정으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입니다.https://tv.kakao.com/v/415482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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