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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인이 예술을 소장하는 법
    카테고리 없음 2026. 4. 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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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 예술을 소장한다는 건 작품의 원본이나 소유권을 갖는 것을 의미했지만, 복제 기술이 발달하고 대중문화가 확산된 지금은 ‘경험’하는 것이 소유하는 것과 비등한 의미다.

    작품 그 자체를 갖지는 못하더라도, 전시 사진 한 장, 음악 한 곡, 작은 굿즈 하나가 사라지는 순간을 붙잡고 싶은 대중의 욕망을 충족시킨다.

    경험을 저장하다, 관찰자에서 주인공으로

    본래 예술을 감상한다는 건 정적인 행위였습니다. 관객은 작가가 완성해 놓은 세계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관찰자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예술은 이러한 경계를 허물고 각자의 경험을 소비하는 영역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디어아트 전시의 경우, 이미지는 벽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빛과 소리가 공간 전체를 휘감고, 바닥과 벽면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합니다. 이때 관람객은 작품의 일부가 되어 그 안을 통과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사진으로 찍으며 예술적 공간 속에 놓인 나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관객들은 ‘굿즈’를 통해서도 경험을 저장합니다. 입장 티켓은 기본, 그 외 다양한 굿즈들을 구매, 소장하는 문화가 이를 증명합니다.


    감정을 붙잡고 싶은 우리들

    이렇게 대중이 예술적 경험을 스스로 기록하고 수집하는 이유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술을 접한 어떤 순간 강렬하게 감동했다 해도,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빠르게 휘발되기 일쑤여서, 우리는 그 순간의 감각을 붙잡기 위해 데이터로 변환,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시회장에 가면 으레 사진을 찍어 작품과 그에 대한 나의 감상을 소장하고, 영화를 보고 나면 해당 OST를 다시 찾아 들으며 감상 당시의 기억과 감정을 소환합니다. 또한 무형의 감각적인 경험을, 굿즈라는 유형의 것으로 치환해 소장합니다. 사진이나 음악이라는 데이터, 굿즈라는 물건은 물리적인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나만의 감정과 경험의 조각들인 것입니다.

    고유성의 의미가 확장되다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글을 통해 예술의 고유한 분위기인 '아우라(Aura)'에 대해 논한 바 있습니다. 그는 사진이나 영화 같은 복제 가능한 기술이 원본이 지닌 신비로운 힘 즉, 아우라를 붕괴시킬 거라고 보았지만, 현대인들은 그와 다른 방식으로 아우라를 재생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우라는 작품 원본을 벗어나, '나’의 경험으로 이동했습니다. 우리가 원본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작품과 상호작용했던 '나만의’ 시간은 사진이나 영상 등 데이터, 티켓이나 굿즈 등의 물건 형태로 가질 수 있습니다. 소유의 대상이 과거에는 작가가 만든 물리적 결과물이었다면 이제는 개개인 경험의 파편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것이 현대의 아우라이고, 예술을 소비하는 방식입니다.


    주객 전도, 소유욕이 앞설 때

    이러한 변화는 부작용도 만들어냈습니다.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강박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공연장에서 가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영상을 찍는 데 집중하거나, 전시회 작품들 앞에서 사색하기보다 사진을 예쁘게 찍기 위해 에너지를 쓰는 현상.

    사실 작품을 나의 눈과 귀로 직접 마주할 때 전율을 느끼게 마련인데, 렌즈라는 매개로, 휴대폰 화면이라는 틀로 작품을 만나면 일정 정도 감상에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술을 감각적으로 기억하기보다 ‘기록’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면, 감상에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잘 찍은 사진 한 장은 남을지 몰라도, 그 순간 내 몸의 미세한 떨림이나 깊은 사유의 기회는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기록한다면 진심을 담아

    예술은 이제 특별한 날에만 직접 찾아가는 전혀 다른 세계가 아니라, 나의 취향과 기록으로 일상과 함께하는 친구입니다.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듣고 굿즈를 모으는 행동들이 모두 이를 증명합니다.

    근본적으로는, 사라지는 것들에 애착을 느껴, 예술이라는 도구로 시간을 박제하고 소유하려 노력하는 우리들. 비록 원본 그림을 벽에 걸어두지는 못해도, 내 스마트폰에 담긴 사진을 통해 우리는 예술을 소유하고 있다고 느끼곤 합니다.

    여러 기기들, 굿즈 등이 그러한 경험의 기록을 도와주지만, 중요한 건 기록에 담기는 진심입니다. 기록에 매몰되지 않는 선에서 예술적 순간의 경험을 포착해 간직한다면, 모두가 진정으로 예술을 소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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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는곰 문화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