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기

복수의 복수는 복수인가? 영화 ‘올드 웨이: 분노의 추격자’

문여는곰. 2024. 8. 29. 15:17
반응형
SMALL

사랑으로 변화된 남자에게 찾아온 분노의 여정
무감정과 감정의 혼합이 만들어 낸 드라마

올드 웨이: 분노의 추격자(2023)_브렛 도노후



영화는 짧은 인트로 스토리 후 20년 후로 넘어갑니다. 그 인트로와 이후 스토리의 분위기가 갑자기 너무 달라서, 그것만으로 확실하게 전환이 되는 한편, 영화는 콜튼 브릭스(니콜라스 케이지)의 본래 캐릭터와 현재의 모습을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20년 전에는 모두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매정한 총잡이 인물이었는데, 20년 후에는 산과 들판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시골에서 아내와 딸과 살고 있는 브릭스. 잡화점에서 일하는 그는, 평범하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사건이 발생합니다. 아내만 혼자 있던 집에, 인트로 스토리에서 브릭스 때문에 아버지를 잃은 제임스(노아 르 그로스)가 찾아와 훼방을 놓고는 아내를 죽인 것입니다.

브릭스는 이 사실을 알고는, 누르고 있던 본래의 사이코패스적 면모를 다시 꺼냅니다. 이 영화는 즉, 20년 전의 사건으로 인한 20년 후의 복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복수라 함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하는 형태여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제임스가 가해자가 되어 과거의 브릭스만큼이나 가학적이고 악랄하게 브릭스를 쫓으며, 브릭스로 하여금 제임스를 타당하게 쫓게 합니다. 영화는 그럼으로써, 브릭스의 현재 시점 서사에 힘을 보태고, 그 인물 캐릭터에 집중하게 합니다.  



이때 딸 브룩(라이언 키에라 암스트롱)이 큰 역할을 합니다. 브릭스의 사이코패스성을 그대로 닮은 인물로, 브릭스와 브룩은 서로의 거울이 되어 주는 모습입니다. 그들이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모습이, 관객 입장에서도 그들 캐릭터를 알아가게 되는 과정과 같습니다.

브릭스는 ‘공포를 모른다는 것’에서 ‘감정 없음’을 표현하는 캐릭터로,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어쨌든 영화의 주요 정서는 ‘분노’이고, 여기에 브룩이 아이 캐릭터로서는 드물게, 싸늘한 사이코패스성 정서를 표현해서 영화가 신선해진 면이 있습니다.

분노가 분노를 불러서 생긴 이야기
다만 애매한 지점이 보이는 이야기



과거의 피해자가 가해자를 쫓고, 그 가해자는 다시 피해자가 되어 과거의 피해자를 쫓아 가고. 서로가 서로의 가족을 앗아가는 인생 최악의 일을 행하며 그들은 분노로 엮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브릭스가 제임스를 쫓는 현재의 여정에 집중합니다. 그러면서 ‘감정 없음’으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장면들로 긴장감과 흥미를 높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두 가지 축으로 결론을 내고자 했습니다. 결국 브릭스의 여정이 승리하는 것, 브릭스 부녀가 ‘감정 없음’에서 ‘감정 있음’으로 전환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재미와 별개로 조금 찜찜한 느낌이 있습니다. 과거 청산은 브릭스 ‘혼자’ 하고, 현재에는 피해자 지위를 얻어 분노의 추격을 하는 것이, 체감상 좀 이상하지만 그것까지는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는 브릭스 캐릭터를 ‘세탁’해 줍니다. 죽음으로 죗값을 치른다 하더라도, 그 지점을 통해 브룩의 캐릭터가 살아난다 하더라도, ‘감정’의 드라마가 생겨난다 하더라도.

미국 서부 옛 배경의 광활함 속 인물들로 인한 싸늘함과 뜨거움이 공존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영화입니다.

https://tv.kakao.com/v/441974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