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음악

[영화와 음악] '도어락' 공포의 음악, 짐노페디 1번

문여는곰. 2020. 4. 2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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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어락'은 범죄/스릴러/공포 영화입니다. 

혼자 사는 여성분들은 이 영화를 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안전불감증이 있으신 분들은 오히려 더 보시는 게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는 안전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의식주만 생존에 필수적인 것이 아닙니다. 

안전하지 못하다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닐 것입니다. 

 

나도 모르게 내 집이 공유되고 있었다면.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요. 

영화 '도어락'은 이러한 공포심을 유발하며 시작합니다. 

강력범죄를 다루고 있습니다. 

갖가지 사회문제들도 함께 담고 있어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또 흥미로웠던 점은,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을 공포스럽게 사용한 점입니다. 

짐노페디 1번을 왜곡해서, 이상하고 무서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짐노페디 1번

https://www.youtube.com/watch?v=S-Xm7s9eGxU

짐노페디 세 곡 중 1번 곡입니다. 피아노곡입니다. 

느리고 단순한 패턴으로 진행됩니다. 단조롭기도 합니다. 

단번에 이 음악이 각인됩니다. 

음악이 각인되는 것과 별개로, 이 음악은 자기자체로 주인공으로 나서지는 않습니다. 

배경음악이라는 것입니다. 

 

에릭 사티 이전에 많은 작곡가들의 음악은 음악 자체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 떠들어서도 안되고 집중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에릭 사티는 '가구음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음악을 주인공 자리에서 내려놓았습니다. 

가구음악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가구처럼, 방 안에 가만히, 그대로, 존재하는 음악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구에 집중하지 않아도 됩니다. 

힘을 들여 이동시키지 않는 한, 가구는 그 자리에, 언제나, 가만히, 있습니다. 

 

짐노페디의 역할이 바로 가구와 같습니다. 

그 자리에, 가만히, 튀지 않고, 존재를 드러나지 않으면서, 필요를 채워주고, 아름다움도 주면서, 철저히 배경이 되는 것입니다. 

휴식 시간 음악으로 사용하는 용도였습니다. 

이 음악을 지금 이 시대에 배경음악 혹은 ASMR로 얼마나 자주 사용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 눈여겨 보시기 바랍니다.

 

에릭 사티의 성향을 알면, 이 음악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티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작곡가였습니다. 

권위, 혀례허식을 싫어했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했습니다. 

세 곡의 짐노페디에서 이 성향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군더더기가 없고, 단순하면서도, 리듬 화성 멜로디가 명확하게 들립니다. 


이 음악이 범죄 스릴러 공포 영화에까지 사용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어느 곳에나 쓰일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음악 자체를 확실하게 들려준 것은 아니지만, 

이 음악을 장면 분위기에 맞게 왜곡시켜 들려줌으로써 

또 대중적으로 많이 쓰이는 익숙한 음악을 낯설고 공포스럽게 함으로써 

'도어락'으로 대변되는 익숙함, 안전함을 

낯설고 무섭게 표현하는 데에 잠시나마 일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에릭 사티. 짐노페디 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