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 영화 후기

담담한 블랙코미디. 영화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

문여는곰. 2024. 6. 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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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사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일상 고민이 충분히 녹아든 시크한 상상
 
보통의 우주는 찬란함을 꿈꾸는가?(2024)_김보원
 

 
 
영화는 세 개의 에피소드를 엮어 두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한 남자가 인간 존재의 이유를 ‘영상’을 통해 설명하고, 그 영상을 본 여고생이 그에 영향을 받아 그를 찾아가, 존재의 이유에 대한 수업을 받는다. 
 

 
 
‘인간’이라는 존재, 그중에서도 인간인 ‘나’라는 존재가 살아가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담긴 것으로, 영화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 의문에 적당한 답이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거지가 된 사람의 이야기다. 그 사람이 거지가 된 사연을, 그의 어린 시절부터 풀어내는데, 그 이야기가 참 현실적이고, 예리하다. 첫 번째 에피소드보다 수월하게 감상할 수 있다.
 

 
 
차분하게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 구성과 대사들이 촘촘하게 잘 짜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웃음 코드 또한 담백하면서도 통렬함이 있다. 
 
세 번째 에피소드 역시, 이전 에피소드들과 결이 같다. 차분한 블랙 코미디이자 존재의 의미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한 남자가, ‘진실’을 말하기에 외면 당하는 웃픈 이야기다. 대본의 센스와 블랙 코미디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영화는 담담한 톤이다. 대본에 쓰인 대로, 구성과 연출, 연기 모두 담담하다. 대사도, 장면별 이야기 구성도, 모두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며 예리하다. 그러면서 웃음을 같이 주고 있다. 그 현실적 상상력과 그걸 진부하지 않게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힘이 있는 영화다. 
 
멀티버스 세계관을 차용한 연출
구성상 포인트, 고민의 결과
 
영화는 세 에피소드 각각을 단편으로 두지 않고, ‘멀티버스’라는 개념으로 하나로 엮었다. 세 에피소드가 멀티버스로 서로 통해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각 에피소드 앞뒤로 ‘다중우주’라는 걸 느낄 수 있게 연출한 간단한 장면들을 삽입해 두었다. 
 
세 에피소드를 하나로 엮기 위해 등장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것이 구성상의 포인트가 된다. 또 거기에서 기획력이 엿보인다. 다만 ‘내용상’ 멀티버스로 연결되는 뚜렷한 상황들은 없다. 각 에피소드의 인물 등 부분들이 살짝씩 겹치기는 한다. 의도하는 메시지들도 그렇고. 
 

 
 
어쨌든 멀티버스 개념을 빼고 보아도 상관없는 이야기다. 다만 그 기획에 대한 고민과 표현력이 나타나기에 의미는 있다. 연출자의 센스가 보인다. 저예산 영화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눌러 담은 대본을 담담하게 표현하면서, 여타 연출적인 효과 없이 ‘이야기’를 통해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한다. 
 

 
 
현실적 상상이 담긴 대본이 일단 내용으로나 구성으로나 알차다. 이야기와 대사 자체로 힘이 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여타 연출 효과 등이 없어도  탄탄하고 담백한 톤으로 일관하며 이야기를 보고 듣는 재미를 준다. 6월 26일 개봉.
 
https://tv.kakao.com/v/447083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