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기

전쟁은 시간이다. 놀란 감독 영화 ‘테넷’

문여는곰. 2025. 5. 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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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쟁이 일어난다면, 주제는 시간
순방향과 역방향의 교차를 표현하다

테넷(2020)_크리스토퍼 놀란



영화는 지구에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핵 전쟁의 차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핵 문제를 포괄하는 새로운 차원의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상상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펜하이머‘가 발명한 원자폭탄처럼, 필연적으로 생겨났지만 생겨난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류의, 지구 전체에 위협을 주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조명한 건, 시간입니다. 특히, 시간의 ‘교란’입니다. 현재 시점, 시간이 순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역방향 진행이 가능하다는 것 즉, ‘인버전‘이라는 설정을 만들어 내어,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진행 상황을 하나의 화면 안에 담아내면서, 감독만의 독창적인 표현법을 나타냈습니다.



인물이 인버전되면, 그의 시간은 현재와 거꾸로 갑니다. 단순히 거꾸로 가는 게 아니라, 미래로부터 현재로, 역방향으로 갑니다. 비디오테이프 ‘뒤로감기‘를 할 때와 같습니다. 소리 역시 카세트테이프 ’뒤로감기‘를 할 때와 같은 것입니다. 이러한 표현을 정방향의 드라마와 동일한 스토리 라인에 넣어, 영화는 장면을 교란시키며 흥미를 유발합니다.

전투를 벌이는 대상은,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측과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인물 구도를 보면 사토르가 확실한 빌런인데, 따지고 보면 그는 중개자에 불과합니다. 영화는 적 그 너머의 보다 더 강력한 적을 설정해 두었고, 그 적은 바로 미래이자 시간인 것으로, 다시 말해 인버전 즉, 시간 교란 기술 자체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사토르의 아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이 드라마의 중심에서 사건의 ‘시점’을 나타내는 기능상 역할을 해 주면서 스토리를 유려하게 끌어 가고, 닐(로버트 패틴슨)이 기능적으로 표면적인 반전 그러나 사실을 소지한 인물로 주도자의 드라마를 완성해 줍니다.



감독의 작품들이 겹쳐 보이는 상상, 표현
이해보다 직관으로, 인상으로 박히는 영화

영화는 애초에, 인버전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말합니다. 이해하지 말고 그냥 느끼라고 말입니다. 또한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는 것도, 자유의지가 작용하는 것도 아니며, 시간의 순방향이든 역방향이든 벌어질 일은 벌어지는 것이라며, 양방향에서 달려오는 시간이 만나는 지점은 ‘소멸‘로 보면서 드라마와 장면들을 꾸밉니다.

영화는 드라마를 펼치기 위해, 영화 곳곳에 ‘단서‘가 되는 장면들을 만들어 놓았고, 그것을 ’인버전‘ 상태의 드라마 즉, 역방향이 순방향이 되는 장면들을 통해, 그 단서들이 ’어째서‘ 그 장면에 있었던 것인지, 그 장면이 정확히 ‘어떤’ 장면이었고 그때 인물은 ‘누구‘였는지를 알게 하면서, 퍼즐을 맞춰 가는 동시에 영화 전체 스토리를 이해하게 합니다.



감독의 전작 ‘인셉션’은, ‘인셉션‘이라는,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설정을 통해, 그 설정이 작용하는 인상적인 세계, 왜곡된 장면을 만들어 내면서 깊은 인상을 심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테넷‘은, ’인버전‘이라는, 현재와 미래가 소통 가능하다는 ‘교란’의 설정을 통해, 그 설정이 작용되는 장면을 만들어 내면서 이 영화만의 독창성을 나타냈습니다.



전 우주를 넘나드는 스케일로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모두 활용했던, 전작 ‘인터스텔라‘를 떠올려 본다면, ’테넷‘이 그와 같은 계열로 또 하나의 ’차원‘ 교차 스토리로 다가옵니다. ‘테넷‘ 이후 작품인 ’오펜하이머‘를 떠올려 본다면, 현실적 위험인 ’핵‘ 문제를 소재로, 보다 확장된 스케일, 보다 인상 깊은 장면을 위해 고민하는 감독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심각한 문제와 위협을, 현실에 발붙인 사람들이 싸우는 이야기로, ‘비현실‘보다는 ’초현실‘에 가까운 상상과 왜곡으로 만들어진 스토리, 장면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이를 이해하는 데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겠으나, 스토리 곳곳에 심어진 단서들로 퍼즐 맞추는 재미, 시간 방향성으로 재구성되는 드라마를 보는 재미, 독특한 장면들을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https://youtu.be/IW_khaePCBE?si=GekXQtJGlxM7KB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