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 영화 후기

졸려도 경이로워. 영화 ‘플로우‘

문여는곰. 2025. 3. 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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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동물들의 생존을 담다
그로부터 느껴지는 생명의 존엄성

플로우(2025)_긴츠 질발로디스



2025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모두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고 그 외 다수의 시상식에서 수상한 이력으로 눈길을 끄는, 벨기에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아직 새끼인 것으로 보이는 까맣고 여린 고양이 한 마리를 중심으로 몇몇 동물 또는 동물군이 홍수의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는 과정을 그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바로 그 동물들 캐릭터 비주얼. 무척 세밀하면서도 단순하고 귀여운 비주얼로, 왜곡 없이 바로 우리가 떠올리는 정비율의 동물들, 이를테면 백과사전에 통용될 법한 ‘그림’ 같은 완벽한 비율로 캐릭터를 표현했다.



그리고 영화는 이들의 ‘눈높이’로 이들을 따라간다. 이에 생생함이 산다. 이때 장면의 앵글을 활용하는데, 사람은 없는, 거대한 자연 안에 있는 작은 고양이와 개 등 동물들의 낮은 시선과 간혹 역동적이게 재빠른 시선, 그 주위를 돌아보는 시선을 밀착해서 촬영한 듯 장면을 구성하면서, 생생함을 더욱 살렸다.

전혀 다른 종들의 소통
생존으로 협동하며 성장하다

사실 이 영화는 대사나 내레이션 등 설명이 전혀 없고 캐릭터들이 특정한 캐릭터성을 띄면서 전개되는 서사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85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결코 짧지 않게 느껴진다. 생존이라는 목적성 하나로 장면들이 전개되고 상황이 구성되므로, 동물들을 캐릭터가 아닌 그 ‘동물’ 자체로 보면서 장면들을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이 되면, 이 영화가 정말로 영화 안의 ‘종’을 뛰어넘어 소통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 이유는 바로 화면 밖 ‘사람’이라는 종에게까지 울림을 주는 지점을 맞이하게 되기 때문이다.

생명력 그 이상으로 생명을 존중하게 되는 것을 넘어서, 동물들이 서로 협동하면서 (물론 모든 동물들이 그렇지는 않다. ‘본능’에 충실한 것이 그들의 본능이므로.) ‘살아남고’, 그러면서 그들이 동지애와 연민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 감정이 나의 ‘밖’ 즉, 타인(타 종)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개별 종)의 내면에까지 이르는 지경을 보고 있으면, 그 동물들의 변화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는 동시에 그 동물 캐릭터를 통해 ‘나 자신’을, ‘인간’을 보게 되는 것이다.



한편 영상미가 매우 좋은데, 따스한 빛을 그린 장면들이 특히 아름답고, 그 외 모든 장면들에 생명력이 엿보여 애니메이션의 ‘구현’ 감각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또한 이러한 시각적인 경험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무언가 귀한 메시지를 스스로 얻게 된다면, 그리고 간간이 웃고 긴장하고 어떤 울림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관객 각자에게 좋은 경험이 될 작품이다. 3월 19일 개봉.

https://youtu.be/MvyI75sS6ic?si=AIjXSQg2sYSz_XGh